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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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 - 성북센터소식] 활동지원팀 - 나들이 워크숍을 다녀와서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2-07-19 조회수 :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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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워크숍을 다녀와서



조성은 팀장(활동지원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4월 매일매일 확진 이용인, 활동지원사가 보고되는 시기였다. 활동지원팀은 주말도 없이 확진 이용인이 나오면 각 지자체에 감염경로, 지원대책 등을 보고해야 했다. 이용인과 활동지원사의 확진자 수가 전체의 ⅓이 넘어가면서 주말에도 비상 체제로 일했다.





- 가족이 있는 이용인에게 24시간 가족 지원대책을 매뉴얼대로 시간을 계산해 결제 방법을 안내했던 우리.

- 전담인력조차 확진된 상태에서도 재택근무를 통해, 홀로 사는 확진 중증장애인의 24시간 지원여부를 기존 활동지원사에게 타진하고, 연결이 어려우면 이전에 이미 확진되어 치료를 마친 활동지원사들에게 수십 번 전화해 확진 이용인의 지원을 연결하는 등 독거 이용인을 방치하지 않았던 우리.

- 지자체에서 이용인이 월급여가 많다면서 24시간 승인에 선뜻 동의해 주지 않던 주무관을 이용인의 생존권으로 설득했던 우리. 

- 혼자 식사가 가능한 확진 이용인에게 도시락 배달로 맞춤 서비스를 지원했던 우리.

- 가족과 자택에 고립된 이용인에겐 증상에 맞는 응급 감기약을 배달해 문고리에 걸어 두고, 뒤돌아서며 아무 일 없이 회복되기만을 기도했던 우리.

- 확진되어 시설 이송을 원했지만 가족도 속수무책이고 전화도 받지 않는 보건소, 지자체, 경찰서까지 끊임없이 전화해 이용인을 장시간 방치하는 것에 목이 닳도록 항의한 결과 시설 이송을 빠르게 마쳤던 우리. 



전쟁 같은 나날을 보내던 활동지원팀에 확진자 수가 보고되지 않는 거짓말 같은 5월, 코로나19를 2급 감염병으로 분류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5월 어느 날 우리는 나들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장소는 123층 롯데타워였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모인 우리는 초고속으로 1분여 만에 117층에 도착했다. 서울을 360도로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거대한 롯데월드 놀이 시설이 장난감 모듈 같고, 고가의 서울 아파트들이 너무 많지만 내 것이 없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닥이 유리로 된 테크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땐 고소공포증이 있는 팀원들이 진땀을 뺐다. 한발 한발 조심스러운 발걸음, 휠체어 탄 팀원도 아주 조심스럽게 500M 상공을 용기 내어 단체 사진을 찍었다. 




나들이에 빠질 수 없는 점심 식사는 고급 샹제리어가 유난히 반짝이는 조명맛집으로 소문난 5층 D레스토랑. 지중해식단의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등을 서로 권하며 나누고 맛을 음미하며 행복해했다. 상상할 수 없는 초고속 높이의 장소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허기졌던 우리는 더 집중해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의 마지막 장소는 지하 아쿠아리움이다. 물속 세상의 화려한 어종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들과 달리 우리는 이유 있는 처짐이 있었다. 명랑한 펭귄들, 물속 터널을 걸으며 흰돌고래 벨루가를 쫓아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벨루가는 인파를 피해 완전한 구석에 몸을 숨기고 계속 쉬고 있었다. 힘들고 우울해 보였다. 마치 지금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활동지원팀 5월의 나들이는 예상치 못하게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담게 되었다. 인생 최고의 고지에서 순간을 즐기는 우리가 있었고, 현실의 높이로 내려와 서로를 챙기는 우리가 있었다. 다음 지하의 물속 세상에서는 누구나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느끼는 숙연함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와 이용인 일상의 자립을 위해, 활동지원사의 권리를 위해 양날의 칼을 균형 있게 다루는 우리로 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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