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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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 성북센터 소식] 활동지원팀_탄원서는 처음이라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2-09-30 조회수 : 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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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는 처음이라


최다영(성북센터 활동지원팀)


어느 날 한 이용인과 활동지원사가 탄원서를 써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집회현장에서 이용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되어 수감되었고,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항소를 진행하고 2심 판결이 나오기 전 제출하는 탄원서라고 하였다. ‘탄원서’가 무시무시한 벌을 받는 느낌을 주는 그런 단어였지만, 이용인과 활동지원사를 위하여 쓰기로 마음먹었다.


자세한 사정은 대략 이렇다. 이용인 조님과 그의 어머니는 경기도 내에 위치한 모 구역 재개발정비사업 지역 내에 있는 ‘성○’이라는 여관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어느 날, 재개발 조합 측에서 건물철거를 위해 여관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재개발 조합 측에서 보상금으로 6천만 원을 제시하였지만,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그 돈으로 모녀가 편히 몸을 누일 집을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은 일이었다. 어머니는 몇 해 동안 일구어 온 삶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철거에 반대하는 농성을 시작하였고, 이용인 또한 어머니를 도와 농성장에 들어가 생활하였다. 자연스럽게 이용인의 활동지원을 위해 이○ 활동지원사도 합류하게 되었는데 긴급한 대치상황이 벌어졌다. 활동지원사는 여관 철거를 막으려는 이용인의 실낱같은 뜻에 따라 전력을 다해 저항하였지만 공권력은 이를 ‘폭력’이라고 규정하고 그를 긴급체포하였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위태롭고도 안타까운 상황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해 눈물이 났다.


▶오래된 집들이 늘어서 있는 골목(글의 내용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
 

동시에 고민이 들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활동지원서비스라고 할 수 있을까? 만약 위의 경우처럼 자칫 이용인이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활동지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둘의 이야기는 얼핏 아주 특별한 경우처럼 보이겠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일상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다.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투쟁’과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진행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들의 경우 활동지원사(또는 근로지원인)와 함께 투쟁 현장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자칫 집회나 시위가 과격해질 경우 장애인 활동가를 지원하는 이들의 업무 범위를 규정하는 일은 애매한 것 같다. 장애인이 권익 옹호를 위해 집회ㆍ시위에 나서는 일 또한 일상이며, 사회적 활동이다. 따라서 장애인 당사자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일이 명백한 업무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 활동지원사가 당사자와 연대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권력은 그러한 일을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취지에 반하는 조치이자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의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다.


탄원서를 쓰기 전,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위해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았고 이용인이 활동지원사를 위해 쓴 탄원서를 보며 나는 또 한 번 울었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이용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 행위가 어떻게 경찰에 체포되고 수감생활을 해야 할 ‘불법’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테니스공이 코트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출처: 픽사베이). 


탄원서를 작성하려고 하니 어떤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내가 과연 잘 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문장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며, 활동지원서비스에 관한 법률과 지침을 다시 한번 더 훑어보며 공부를 더 하는 계기가 되었다. 법률과 지침을 정리한 내용을 작성 후 여러 사람에게 조언을 받으며 탄원서를 완성했다. 


순탄할 것만 같던 내 인생에서 탄원서라는 것도 처음 써 보고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서 처음 하는 것이 참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희노애락이 온전히 내 피부에 와닿는 것 같이 직접적으로 느껴져 신기할 따름이다. 나의 노력이, 나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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