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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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 - 이 책] 이 책과 서울 산책해보실래요?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3-03-31 조회수 : 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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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과 서울 산책해보실래요?

-  김윤영,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홍성훈(기획사업팀)


   안녕하세요, 여러분?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찾아왔어요. 살결에 닿는 바람이 한결 유순해졌고, 햇살은 더욱 포근합니다. 덕분에 저는 영원히 입어야 할 것 같았던 패딩을 벗어던지고 한결 가벼운 옷차림으로 바깥을 나섭니다. 이제는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되어 ‘노마스크’ 상태로 길거리를 거니고요. 물론 마스크와 함께 한 일상이 3년쯤 넘어가다보니 오히려 입가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외출하는 것이 어색하지만요. 

   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 생각 없이 길거리를 ‘굴러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날이 조금만 따뜻해지면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목적지를 잊어버린 것처럼 전동휠체어를 타고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곤 합니다. 그렇게 동네를 어슬렁거리다보면 평소엔 보이지 않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예를 들어, 깔끔하게 정돈된 아파트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는 집 한 채를 발견하거나 누군가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을 법한 공터에 버려진 가구들 같은 것들을 말이죠. 그것들은 대개 ‘깔끔함’과 거리가 멀고 반듯하게 서 있는 아파트 단지와는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휙, 하고 지나갔겠지만 이 책을 읽은 뒤로는 전보다 천천히, 때로는 가만히 멈춰 서 그것들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분명 누군가가 그 공간을, 또는  그 물건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김윤영, 후마니타스, 2022)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되기까지 한때 존재했었던, 지금은 사라진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흔적을 더듬거리며 찾는 보물찾기 같은 책입니다. 그 흔적을 찾는 일은 다르게 말하면 강제로 지워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의선숲길, 아현뉴타운, 용산과 같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기 전부터 그 동네에 살았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년간 가꾸어온 보금자리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국가와 자본은 제대로 된 보상은 고사하고 용역 깡패를 동원하거나 노숙 행위를 금지하는 등 존엄을 짓밟는 방식으로 이들의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은 그러한 폭력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고 때로는 죽음을 맞았지만, 맞서 싸우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싸움은 국가와 자본에 길들여지지 않겠다는 저항 행위이자, 절박한 몸부림이었습니다.

   빈곤사회연대에서 십 년째 활동하고 있는 김윤영은 싸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서울 개발사’를 다시 쓰려는 시도를 하였고, 그 시도의 결과물이 바로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입니다. 마치 저자가 옆에 앉아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책을 따라 읽다보면 ‘서울’이라는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개발되었고 아직도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작은 수확이 있다면 ‘깔끔하고 번듯하게’ 생긴 자리를 한번쯤은 의심해본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가 혹은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밀어내고 생긴 자리는 아닐까?’ ‘그렇다면 지금 그 사람들은 어디서 지내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곤 합니다. 그리고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일상이 조금은 평온하기를, 언젠가 그들의 이야기도 들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여러분들도 이 책과 함께 산책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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