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성북아리

[1호 - 이 책] 그냥 사람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03-18 조회수 :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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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람』

   

                                                                                                                                        홍성훈






“나는 장애인이 불쌍하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내가 그 불쌍한 장애인들 속으로 떨어졌으니 인생이 비참해 죽은 것 같았는데, 그때 태수가 왔지. 그런데 그 장애인이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 불쌍한 장애인이 아니라 그냥 사람. 태수는 나한테 새로운 세계를 보게 해줬지.” 


책 『그냥, 사람』은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억압과 차별을 받는 사람들의 단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그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그리고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동물들의 삶의 질감을 작가의 시선에서 다시 살려내고 있다. 

       

어떤 사람은 죽고 어떤 사람은 쫓겨나는 일상들이 이 책을 이루는 축이 된다. 하지만 차별이 사라지는 세상이 아닌 저항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홍은전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저항하는 사람들 곁에 마련된 우리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시선이란 작가 소개란에서 작가 본인이 말했듯이 ‘문제 그 자체보다는 문제를 겪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고 차별받는 사람이 저항하는 되는’ 과정을 끈기 있게 지켜보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구체적인 얼굴을 하고 있다. 작가의 미덕이 있다면 그들의 표정과 이야기를 온전히 복원한다는 것, 당사자들 곁에 우리가 연대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작가가 마련한 자리는 또 있다. 동물을 위한 자리다. 작가는 식탁에 올라온 고기가 실은 우리처럼 얼굴이 있고, 여러 표정을 짓고, 뛰는 심장이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이 육식 문화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통찰은 오랜 세월 작가가 머물렀던 장애인 야학에서 길러졌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장애인들과 함께 지내면서 장애인들이 온전히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장애인들이 가축처럼 시설에 수용되는 현실을 비판했고, 소나 돼지처럼 장애인의 몸에 등급을 매겨 그들이 존엄한 삶을 누릴 권리를 빼앗는 부조리한 사회를 꼬집었다. 


그러나 작가는 장애인계에서 부조리를 알리기 위해 종종 썼던 가축 혹은 동물에 대한 비유가 실은 동물들에게는 그것이 생과 사를 오가는 차가운 현실에서 비롯되었음을 자각한다. 이러한 자각 이후 동물의 문제는 동물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과 연결되며, 나아가 지구상의 전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고 실천에 옮긴다. 


작가의 실천은 다시는 육식을 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동물을 가두고, 동물을 이용해 이윤을 창출하는 사회 시스템을 꼬집는다. 그리고 서로를 해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는 감각, 혹은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살핀다. 동물의 해방은 곧 장애인의 해방, 더 나아가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지 못하도록 만드는 수많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연결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책을 덮고 생각한다. 안다는 것과 감당한다는 것, 그리고 그사이 부단히 헤엄치고 껴안게 될 단단함을.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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