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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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 투쟁맛, 궁금해 허니] #1 카페 준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03-23 조회수 :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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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맛, 궁금해 허니 ♪♬

투투투쟁맛, 궁그으매 허어니이 ♩♪ 

                                                                                                                    글쓴이 _ 레드(주석) 벨벳(장욱)



투쟁의 맛을 찾아 나서는 레드벨벳, 오늘은 어디로?


2001년 오이도역 추락 참사 이후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배리어 프리(barrier free_무장애) 사회를 만들기 위한 투쟁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005년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이 제정되면서 4년 간의 처절한 이동권 투쟁이 ‘결실’을 맺었지만,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결’점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설마 지난 20년간 하나도 바뀌지 않은 건 아니겠지? 엘리베이터, 저상버스가 생겨나면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신부 등 수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투쟁으로 일궈낸 ‘꿀’ 같은 변화를 온 사회가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이 달달함을 맛보지 못했다고? 레드벌벨벳벌이 그 ‘꿀맛’ 맛보게 해 드리리다. 투쟁의 맛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투투 투쟁맛!


▶카페 준의 간판


지하철 6호선을 타고 보문역에 내려서 3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면 얼마 안 가 하얀색 바탕에 붉은 글씨로 ‘cafe JUNE 준’이라고 적힌 간판을 만나게 된다. 7번 출구 옆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다면 대각선으로 길을 딱 두 번만 더 건너시라. 레드 벨벳의 첫 번째 추천 가게, 바로 ‘카페 준’이다.



카페 준 입구에 설치된 경사로


두둥! 문 앞에 보이는 경사로! 훗, 커피 맛도 보기 전에 투쟁의 맛부터 보게 되는 군. 하핫. 한 가게로서는 비록 작은 변화일 수 있지만, 휠체어를 이용하거나 턱을 오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일생에 있어 큰 변화일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추운 겨울 따뜻한 라떼 한 잔을 맛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한 사람에게 또 하나의 우주가 생겨나게 된 것이라고나 할까. TMI(너무 과한 설명)이지만, 닐 암스트롱이 타고 간 우주비행선을 살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카페 준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무려 10억 잔이나 마실 수 있다. 아니 달도 좋고 우주도 좋지만, 그 돈으로 지구촌에 경사로 좀 많이 만드세요! 턱을 없애든지! 


※ 정확하게는 10억 4368만 2721잔이다. 그만큼을 사 마시고 나서 잔돈으로 1,1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이 수치는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통계청, 미국의 유명 경제잡지사인 포브스(Forbes)에서 제공한 자료를 이용하여 직접 산출해낸 값이라는 거. 훗.



마감되지 않은 천장과 콘크리트가 드러나는 카운터


(문을 열며) 끼익. 앗, 조심! 고소한 원두 냄새에 홀려 무작정 들어가다가는 사뭇 거칠어 보이는 ‘노출 콘크리트’ 디자인에 놀랄 수 있다. 재료의 본질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일체의 장식을 달지 않은 ‘모던’한 이미지, 날 것 그대로의 거친 질감에서 느껴지는 빈티지함(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는 의미), 그리고 이들이 주는 안정감이 우리를 차분하게 만들어주었다. 때로는 거칠지라도,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의 본질을 가감 없이 파헤치고 드러내는 장판(장애인계)이 떠오른다면 억지일까? 거친 투쟁이 주는 오묘한 안정감. 또 TMI지만, 이런 노출 콘크리트 디자인은 ‘마감되지 않은’, ‘미완성’ 건축물이라는 오해를 받아 한동안 기피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장판도 ‘절차를 따르지 않고 무조건 들이대기만 한다’고 비난받아왔지만, 사회 곳곳에서 치열한 투쟁의 흔적과 결과물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모든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자,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자. 위이잉(레드벨벳의 날갯짓 소리다. 얼핏 들으면 휠체어가 움직이는 소리 같기도 하다.) 문을 지나자마자 양옆으로 의자가 놓여있지만 딱히 조심할 필요가 없다. 왜냐, 전동휠체어 하나는 거뜬히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지. 흠, 다만 손님이 많을 경우에는 복도가 조금 좁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끄적끄적(레드벨벳이 열심히 메모하는 소리) 앗, 고소하고도 달콤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힌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군. 바로 주문 들어간다. 


1. 카페의 근본, 아메리카노



기획사업팀 안일환 팀장의 깜짝 등장(손만 보여 미안^^)


- 뜨겁든 차갑든 단돈 2,500원

- 벨벳: 이것이 바로 콜롬비아의 맛인가.

- 레드: 음, 이건 에티오피아야.

- 4가지 원두를 ‘블렌딩’(일정 비율로 섞었다는 뜻)한 커피라고 한다. 쓴맛보다는 구수하고 깔끔한 맛에 초점을 두고 원두를 고르셨다고.


2. 신메뉴, 이름하야 ‘아이스 바밤바’ 달달 밤 라떼



음료 안에 그대로 보이는 밤 알갱이가 인상적임


- 뜨거운 건 4,000원, 차가운 건 4,500원

- 라떼의 근본인 풍부한 거품, 입술에 닿자마자 슬며시 녹아드는 폭신한 거품의 감촉. 

- 레드: ‘아이스 바밤바’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아이스크림은 메로나지.

- 벨벳: 올 때 메로나.


3. 달콤바삭, 바삭딸기토스트



어떻게 해야 봉투를 예쁘게 뜯을 수 있는 걸까?


- 세상에나, 2,000원에 이만큼이나 주신다고?

- ‘빠싹’을 기대했다가는 큰코다칠 수도? 바삭-고소하면서도 촉촉-달콤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어우, 딸기잼은 완전 진심임.

- 잠깐잠깐! 빵과 아메리카노를 같이 시키면 500원이 할인된다고?


4.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갑’ 중에 ‘갑’, 딸기라떼



양 보세요, 양....


- 생딸기가 들어갔는데 단돈 4,500원?

- 레드: 배 터질 것 같은데.

- 벨벳: 화려한 우유가 딸기를 감싸네


사장님! 양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맛은 또 왜 이렇게 좋나요? 안 되겠다. 궁금한 게 너무 많으니, 잠시 사장님을 모시고 여쭤봐야겠다.


Q1.

- 질문: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카페 준’. 그중에서도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북센터)와의 인연이 특별해 보이는데.


- 사장님: 성북센터에서는 점심식사 시간이 끝나고 개인적인 상담을 진행할 때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마치 성북센터 ‘매점’처럼? 아무래도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많이들 못 오시는 듯하고. 이 자리에서 6년 동안 카페를 하는 동안 배달도 많이 갔어요. 20잔씩 배달을 갈 때도 있었고.



가게 내부 풍경. 한가한 날 창문 앞에 앉아 지나가는 시간을 느껴도 좋겠다.


Q2.

- 질문: 카페 입구에 있는 경사로는 어떻게 설치하게 되셨는지.


- 사장님: 제가 6년 전에 이곳을 인수할 때부터 이미 설치되어 있었어요. 경사로가 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편하게 다녀가시는 것 같고요. 


Q3.

- 질문: 인터넷으로 ‘카페 준’을 검색할 수가 없던데.


- 사장님: 엇, 정말요? 아직 포털 사이트에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모양이네요. ‘카페 로스터스’라고 검색해야 위치가 나오는군요. 원래 제가 인수하기 전 카페의 이름이 ‘카페 로스터스’였어요. 이후에 제가 카페를 인수하게 되면서 ‘카페 준’이라고 이름을 바꿨어요. ‘준’은 제 이름에서 따온 거랍니다.


Q4.

- 질문: 음료를 이렇게 가득 채워주는 곳은 ‘카페 준’이 처음이에요.



아메리카노를 받고 놀랐다. 뚜껑 위로 올라올듯한 음료.


- 사장님: (웃음) 아예 처음부터 뚜껑을 닫고 넘치게 주는 편이에요. 여태껏 이게 불편하다고 하시는 분도 없었고, 오히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근데 또 배만 부르면 안 되니까 맛도 신경을 쓰려고 노력해요. 사람들 입맛에 맞게. 어떤 음료든 제가 맛있게만 만들어드리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어떤 음료를 고르시든 ‘이거 괜찮네’ 한마디만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딱히 저 스스로 유행을 따라가려고 하지도 않는 것 같고.


Q5.

- 질문: 오후 5시면 카페 영업을 종료하시는데, 일찍 문을 닫는 편이시네요?


- 사장님: 제가 생각하기에 저 스스로 꾸준히 카페를 운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아요. 오후 또는 저녁 손님에게 맞추지 않고 일찍 끝내다 보니 지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 않고 오래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성북센터 분들도 제가 일찍 끝내는 걸 알고 계셔서 그런지 특별히 큰 불편함을 이야기하시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Q6.

- 질문: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는?


- 사장님: 아이스 아메리카노. 추워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겨울에도 따뜻한 음료는 잘 안 고르시는 것 같아요. 빨대로 쭉쭉 마시기 편하고, 또 추운 날에도 실내는 난방이 잘 되니까 찬 음료를 많이 드세요. 또 ‘바닐라라떼’와 ‘연유라떼’도 많이 드시고요. 연유라떼는 부드러우면서 달콤하고, 바닐라라떼는 조금 더 센 느낌이면서 달콤해요.



카페를 나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화장실이 있다. 겉은 무섭지만 안은 은근 깨끗하다. 하지만 턱이 있고 입구가 좁아 장애인이 이용하긴 어렵다. 


Q7.

- 질문: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카페 안에는 없는 것 같은데.


- 사장님: (턱이 있고 좁아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기 불편하게 되어 있어요. 입구에 경사로가 있어서 휠체어 이용 장애인 분들도 많이 오시는데 정작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셔서 정말 죄송한 마음이에요. 대신 성북센터나 보문역 화장실을 안내해드리는데 흔쾌히 다녀와 주시곤 해요. 


Q8.

- 질문: 카페 준이 어떤 카페면 좋겠다. 이런 소망이 있으신가요?


- 사장님: 성북센터 다니는 분들이 항상 ‘내 집’처럼 편안하게 다녀가시면 좋겠어요. 공간이 넓은 편이 아니라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이 불편함을 느낄만한 상황이 있는데 저는 최대한 그분들이 카페를 이용하는 데에 방해가 되지 않게 공간을 꾸리려고 해요. 모든 분들이 최소한 여기에 와서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미안해하거나 눈치를 보지 않으시도록 해야겠구나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눈치 안 보고 부담 없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카페였으면 좋겠어요. 가격 부담도 없고 말이죠. 왜 단골 식당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풍요로울 수 있잖아요. 그런 카페가 하나쯤 있는 게 삶이 주는 여유랄까, 손님 분들 오실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할 수 있는 곳이면 합니다.



카페 준의 가장 아늑해 보이는 자리. 조명이 푸근한 느낌을 준다.


Q9.

- 질문: 카페를 운영하시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 사장님: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장애인분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어요. 처음 일했던 곳은 비장애인들만 있었던 곳이라서 여기 와서 처음으로 장애인 분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죠. 지금까지 여러 분들을 뵈오면서 이분들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고 있고, 또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됐죠. 그렇지만 많이 불편하시겠다는 걸 느끼기도 해요. 그런데 그렇다고 너무 그 점을 의식하고 도와드리려고 하면 좋아하시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웬만하면 혼자 하시도록 하고, 가끔 계산할 때 지갑을 가방에서 꺼내드린다던가, 먼저 문을 열어드리는 것 정도는 하죠. 장애인이라고 해서 생각하는 것, 활동하는 것이 비장애인들과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분들도 똑같은 거죠. 활동에 제한이 생기는 상황은 있지만, 그럼에도 편견 없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것이 비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별을 ‘인지’하는 가게


이제 점점 날도 더워지고 있다. 시원한 음료가 땡기는 날들이 올 텐데, 여기 어떤가? 차별을 인지하고 변화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사장님이 맞이하는 이곳.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 글을 읽고 나서 안 가보고는 못 배길 걸? 


지금까지 ‘카페 준’이었다.  앞으로도 레드벌과 벨벳벌의 ‘투쟁맛’을 위한 여정은 계속된다.



 


 투쟁맛을 또 보고 싶으시다구요? ^^ 노션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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