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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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 현장에서] 전국 동지들의 연대투쟁으로 지켜내온 세종시 천막농성장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04-01 조회수 :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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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지들의 연대투쟁으로 지켜내온 세종시 천막농성장


장혜진(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누리콜지회 자문노무사) 



                                                          
                                                            ▶세종시청 앞에 설치한 이동권 쟁취 천막농성장. 


오늘(4월 1일)은 세종특별자치시 청사 앞에 장애인 이동권 쟁취를 위한 농성장을 설치한 지 109일째 되는 날이다.


세종시에는 전체인구의 3.5%에 해당하는 12,086명(2020년 기준)의 등록장애인이 살고 있다. 세종시는 대중교통 중심도시를 표방하지만, 시민들은 ‘최악’의 행정으로 대중교통을 꼽고 있다. 대중교통 문제는 교통약자에게 더욱더 치명적이다.


세종시는 지난 10년간 장애인콜택시 ‘누리콜’ 운영기관인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를 민간단체인 세종시 지체장애인협회에 위탁했고 그 결과 공공성은 자취를 감추고 불법과 비리가 판치고 있다. 이에 2019년 누리콜 운전원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장애인 이용자, 세종시민, 누리콜 운전노동자 등 12개 단체로 구성된 ‘세종시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 및 공공성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출범해 현재까지 교통약자 이동권을 온전한 보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힘찬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대책위가 세종시에 요구하는 사항은 이미 세종시가 이전에 했던 약속이기도 하다. 즉, 2017년 세종시는 누리콜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주었고,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지체장애인협회에 민간위탁 중이던 누리콜을 2020년부터 세종도시교통공사로 이관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했다. 그런데 당시 세종시의 공무원이 운전노동자들 중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용승계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발언을 했다.


                                                           
                                                             ▶천막농성장 안에 106일차(3월 29일) 날짜표가 걸려있는 모습.


이를 계기로 운전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세종시의 장애인 차별행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게 된다. 그러자 세종시는 어처구니없게도 아예 세종도시교통공사로의 이관계획을 철회해버렸다. 이것은 노조결성과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명백한 보복 조치다. 세종시장은 세종시에서 노동자를 고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사용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시장이 먼저 나서서 노조결성을 이유로 보복 조치를 버젓이 자행하는데 어떤 사용자가 노조를 인정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겠는가?


세종시 측의 못된 짓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운전노동자들에게 교통공사로의 이관을 요구하면 고용승계가 안되고, 교통공사 이관을 포기하면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면서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당연히 운전노동자들로서는 안정적인 고용을 원할 수밖에 없다. 장애인 이동권의 공공성 확대를 위해 교통공사이관을 요구하는 운전노동자와 안정적 고용을 우선하는 운전원 간의 갈등과 분열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세종시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피켓팅을 진행하면서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기면서 선거 때마다 ‘대통합’ 운운하는 민주당 간판을 바라볼 때면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100여 일 전 천막농성장을 설치하며 이곳을 누가 어떻게 지킬지 영 자신이 없었다. 대책도 없이 덜컥 들어선 농성장을 난망하게 바라보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0일을 훌쩍 넘기며 쉼 없이 달려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국토부가 정한 세종시 법정 장애인콜택시는 21대이나 세종시에는 현재 17대밖에 운행되지 않는다. 예약제로 운영되기에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 갑작스러운 일이 발생하면 누리콜로 이동할 수도 없다. 밤 12시 이후에는 아예 운행하지 않는다. ‘콜’택시가 아니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장애인들이 모여서 농성장을 지킨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동지들이 농성장을 지켜왔다. 이렇게 살 수 없으니, 이 불합리함을 바꾸는 것만이 답이니 당연히 이 농성은 멈출 수가 없다. 장애해방투쟁의 불모지였던 세종시에 전국의 장애인 동지들이 연대해주고 있다. 지금까지 기자회견과 전국 투쟁 결의대회를 일곱 차례나 치렀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재환 활동가가 세종 누리콜의 공공성 강화를 촉구하는 1인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지난 3월 22일 세종시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세종도시교통공사로 누리콜 수탁기관을 올해 7월 이전에 변경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대책위가 요구한 8대 요구안도 많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기존 운전원의 전원 고용 승계 등 아직 해결해야 할 투쟁 사안이 남아 있다. 더 나아가 장애해방투쟁의 불모지인 세종시에서 단지 장애인콜택시 문제만이 아닌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이동권, 탈시설, 평생교육권 등 장애인 제반 권리에 대한 힘찬 투쟁의 불씨가 타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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