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 성북아리는 성북 + 아리아리를 합친 말입니다.
아리아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자, 그래도 없으면 길을 만들자”라는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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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 투쟁맛, 궁금해 허니] 롯데리아 보문역점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07-10 조회수 : 17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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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투투쟁맛, 궁금해 허니 2탄!


- 레드: 주석

- 벨벳: 장욱


신나게 우리를 부르기 전에, 슬픈 소식을 하나 전해야겠다. 흑흑.


앞서 ‘투쟁맛, 궁금해 허니’ 1회에 소개했던 ‘카페 준’이 문을 닫았다. 인터뷰도, 소개 글도 정말 열심히 썼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카페 준’이 있던 그 자리에 ‘삼월, 달 cafe’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카페 사장님도, 메뉴도 바뀌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큰 변화가 없으니 가볼 생각이 있다면 지난 1호 글을 참고해 봐도 좋다. 카페 입구엔 여전히 경사로가 설치돼있다!

                                          
                                                                                                      

▶ '카페 준'이 있던 자리에 '삼월, 달 cafe'가 들어섰다.  


자, 슬픔은 뒤로하고... 투투투쟁맛!

투쟁의 맛을 찾아 나서는 레드와 벨벳, 오늘은 무려 게스트를 두 분이나 모셨다!


두구두구... 바로 일환님과 예림님! 짝짝짝. ‘투쟁맛, 궁금해 허니’가 2회 만에 이렇게 폭발적인 인기와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만은 금물이라고 했던가. 게스트 섭외의 기쁨도 잠시, 우리는 당장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아 헤맸다. 두 분의 게스트를 모시게 되면서 이번엔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식사할 수 있으며, 비건 [‘비건(vegan)’은 채식 등 동물의 생명을 최대한 빼앗지 않겠다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메뉴를 갖춘 식당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건 메뉴를 판매하는 곳을 찾으면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없고,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은 비건 메뉴를 팔지 않았다. ‘비건이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지구, 아니 보문역 근처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밥을 먹을 수 없단 말인가. 고심하던 레드와 벨벳, 뛰어난 정보력으로 한 곳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투쟁맛, 궁금해 허니’에서 처음 다루게 된 프랜차이즈 음식점, 바로 ‘롯데리아(보문역점)’이다.


가보자, ‘롯데리아’로.


지하철 6호선을 타고 보문역에 내려 7번 출구로 나와 신설동역 방향으로 이동하면 얼마 안 가 오른편에 떡하니 서 있는 ‘롯데리아’를 찾을 수 있다. 승강기를 이용해도 바로 7번 출구 옆으로 나오게 되니 같은 방법으로 이동하면 된다. 참 쉽죠?


                                                                                     
  

▶ 두둥! 문 앞에 보이는 경사로! 그리고 우리의 게스트 일환님, 예림님.  

    

두둥! 문 앞에 보이는 경사로! 훗, 햄버거 맛도 보기 전에 여기서도 투쟁의 맛을 먼저 보게 되는군. 핫핫.(어째 지난 1호와 시작이 비슷하다고? 천만에. 그건 당신의 데자뷔 [‘데자뷔(deja vu)’는 살아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마치 어디에선가 이미 봤던 것처럼 친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말이다. ‘기시감’이라고도 한다.(근데 사실 이 부분, 지난 1호에서 따온 거 맞다. 우리가 이렇게 솔직하다.)일 뿐. 훗.] 음, 하지만 경사로 하나만으로 투쟁의 맛을 보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 위이잉, 찌릿.(날갯짓하며 들어가 가게 안을 노려보는 레드와 벨벳)


                                                                 


▶ 요즘 '대세'라 할 수 있는 '키오스크'. 근데 키오스크는 왜 이리 높을까?  


입구를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요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무인결제기, ‘키오스크’를 만날 수 있다. 요새 음식 조리는 사람이 해도, 주문이나 결제는 사람 말고 키오스크로 해야 할 때가 많다. 근데 키오스크는 과연 배리어프리 [‘배리어프리(barrier free)’는 우리 모두가 차별받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물리적‧제도적‧사회적 장벽들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할까? 일단 우리가 ‘롯데리아’에서 만난 키오스크는 그렇지 않았다.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직접 보고 눌러야 하는 화면의 높이가 너무 높았다. 덩치가 큰 편인 일환님의 몸집과 전동휠체어의 높이를 생각하면, 일환님보다 작고 높이가 낮은 수동휠체어를 탄 사람에게 이 키오스크는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겠다. 또 중간중간 결제과정에 대한 음성안내는 나오지만, 처음부터 메뉴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보고, 읽고, 화면을 누르고, 카드를 넣을 수 있어야 하며, 이 모든 과정을 순서에 맞게 이해할 수 있어야 사용 가능한 키오스크는 과연 정말 모두가 이용할 수 있을까? 후, 이것이 바로 경사로만으로는 우리가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아니 그리고, 경사로도 모두가 오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완만한지, 오르고 나서 모두가 잡고 열 수 있는 방식으로 출입문이 작동하는지, 문을 열기 위해 멈춰있어야 하는 공간이 적당히 넓은지, 여전히 따져볼 것은 많다. 투쟁은,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답지 않게(정말?) 말이 너무 길었군.(원래 길잖아요) 햄버거집에 왔으니, 햄버거를 시켜봐야겠지? 바로 주문 들어간다.


배고프다. 버거를 주문하자!

                                                                               

▶ 왼쪽부터 '치즈No.5버거',, '핫크리스피버거', '리아미라클버거'. 치즈버거 아래를 보면 '지팡이(큰 닭튀김)라는 것도 주문했다. 근데 레드, 사진을 너무 대충 찍은 거 아니니?


자, 메뉴 소개 들어간다.


우선, 다섯 가지 종류의 치즈가 들어갔다고 해서 이름에 ‘No.5’를 붙인 ‘치즈No.5버거’를 보자. 체다치즈, 고다치즈, 에멘탈치즈, 크림치즈, 모짜렐라치즈.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본 치즈들을 죄다 모은 느낌이다. 맛이 너무 느끼하지 않을까 하시는 분들은 걱정 붙들어 매시라. 철판 요리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불맛과 싱싱한 양상추와 피클이 가져다주는 상큼함이, 입안에서 튀어나오려고 하는 느끼함을 잡아주니까.


다음으로 ‘핫크리스피버거’다. 바삭한 식감의 치킨 패티와 양상추, 그리고 토마토가 어우러진 버거다. 벨벳의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핫크리스피버거’의 핵심은 두툼하고 신선한 토마토다. 토마토가 버거의 맛을 더 깔끔하게 만들어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서 ‘핫크리스피버거’를 주문했는데, 토마토가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 얇게 들어갔다? 쩝, 유감이지만 다음을 기약하시라.


마지막으로, 그리고 오늘 집중적으로 살펴볼 버거, 바로 ‘리아미라클버거’다.


                                                                         
      

▶ 우리의 게스트, 예림님이 들고 있는 '리아미라클버거'.  


‘리아미라클버거’에는 흔히 말하는 ‘육류’가 전혀 없다. 빵과 소스도 ‘우유’(소젖)나 ‘계란’(닭알) 등을 배제한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다고 한다. 간단하게 버거의 구성을 보자. 식물성 재료로만 만들어진 빵, 양상추, 두툼하고 큼직한 어니언(양파) 패티, 고기를 대신해 콩과 밀의 단백질을 조합해 만든 대체육 패티, 대두를 활용해 만든 소스까지 다양한 재료들이 들어있다. 그간 수많은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조합이다. 참, 맛은 어떨까? 우리의 게스트, 예림님에게 물어봤다.

 (끼이익) 여기서 잠깐! 왜 우유와 계란을 굳이 ‘소젖’‘닭알’이라고 표기할까? 우유나 계란이라는 단어에는 소와 닭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소와 닭의 존재를 너무 쉽게 잊게 된다.


레드: ‘리아미라클버거’를 맛본 소감은?

예림: 기름진 버거의 느낌을 잘 살렸다?

레드: ... 저기,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예림: 대체육 패티에서 불향과 바베큐향이 나면서 맛있었습니다.

레드: 아쉬운 점이 혹시 있을까요?

예림: 패티에 케첩을 짜서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아요.


두 번쯤 먹어본 벨벳도 개인적인 소감을 남기자면, 대체육 패티와 어니언 패티의 식감이 매우 쫄깃했다. 버거에 들어 있는 소스에서는 향긋한 불향이 났고, 싱싱한 양상추가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줬다. 토마토를 추가해서 먹어도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소스가 조금 덜 달았으면 했는데, 이건 벨벳의 아주 개인적인 취향(단 음식을 좋아하지만 ‘달지 않기를’ 바라는 음식은 또 따로 있다. 내 취향이다. 뭐. 뭐, 어쩔 건가.) 때문이니, 너무 개의치 않으시길 바란다. 맛있게 잘 먹었다.


‘넘어서는’ 것에 대한 이야기


앞서 이야기했듯 ‘롯데리아(보문역점)’는 휠체어 이용자도 들어갈 수 있고, 비건 메뉴도 고를 수 있는 보문역 인근의 거의 유일한 식당이다.(레드와 벨벳의 정보력을 믿어보자) 문 앞에 놓여있는 경사로와 식물성 재료만으로 만든 ‘리아미라클버거’를 보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것들만으로 이 가게가 ‘차별 없다’라고까지 말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프랜차이즈’ 음식점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곳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휠체어를 탄 사람들(또는 경사로가 필요한 사람들)과 ‘윤리적 소비’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로 시장에 나타났고, ‘롯데리아’라는 기업이 이를 포착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반응한 것일 게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들이 시장에 ‘그냥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가두고 억압하는 현실과 동물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현실에 대한 지난한 고발과 투쟁이 있었고(아직도 여전히 투쟁 중이다), 이를 통해 ‘차별 있는’ 현실 속에서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경사로와 ‘리아미라클버거’는 현재 ‘롯데리아’가 이들에게 내놓은 최소한의 응답이겠지만, 이것만으로 차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이용하지 못할 키오스크부터 이제 막 생겨난 하나뿐인 비건 메뉴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버거집이 되기 위해서는 변해야 할 것은 많고, 갈 길은 멀다.


‘배려’와 ‘윤리’를 넘어서는 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현재 일부 운동판에서는 지금까지의 경계를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어떤 인간도 짐승처럼 살게 해서는 안 된다며 떠나온 그 자리에 인간은 짐승들을 남겨두었다”는 홍은전 [이건 홍은전님의 칼럼 ‘닭을 실은 트럭’(한겨레)에서 볼 수 있다] 님의 말처럼, ‘억압받는 자’가 해방을 위해 싸우다보니 어느 순간 ‘억압하는 자’ 또는 ‘방기하는 자’가 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장애인도, 동물도 ‘존재’가 가려지고 지워지는 세상에서 ‘억압받는 자’가 된다. 하지만 우리는 ‘롯데리아’를 포함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속의 그들에게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우리는 소, 돼지가 아니다. 장애인도 인간이다”라는 오랜 슬로건이 주었던 충격이, “인간도 동물이다. 우리는 동물을 위한 사회적‧정치적 변화를 한 세대 안에 이룰 것이다” [이건 홍은전님의 책 <그냥, 사람>의 230-232쪽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이 책이 궁금하다면 <성북아리> 1호에 있는 서평을 참고하라고!]라는 새로운 슬로건이 가져다준 ‘보다 더 큰’ 충격으로 확장되려 하듯 말이다.


※   ‘투쟁맛, 궁금해 허니’ 1회에 소개했던 ‘카페 준’ 기사는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누리집 게시판

       (http://www.sbcil.org/child/sub/bbs/ari.php?ptype=view&_idx=60599f167cb1b97&page=1&code=ari)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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