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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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 현장에서] 진짜 정치: 탈시설장애인당이 돌아왔다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12-17 조회수 :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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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치: 탈시설장애인당이 돌아왔다


서재현 활동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1. 새벽 6, 경북 성주군 소성리. 갑작스레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다가 이내 차도로 나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주민들의 동의 없이 이른바 대의라는 허울을 쓴 채 작은 시골 마을을 침략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경찰 병력 수십 명이 곧바로 다가와 주민들과 활동가들을 강제로 끌어냈다. 단 한 명만이 거리에 남았고, 경찰은 당혹해했다. 그들에게, 아니 비장애 중심 사회에서 낯선 존재이자 시혜와 동정의 대상인 장애인이 혼자 거리에 남아 저항했기 때문이다.

 


▶ 지난해 11월 23일 새벽 경북 소성리에서 사드 배치 물자 수송 도로를 탈시설장애인당 이규식 후보가 막고 있다. 


 #2. 오후 3, 대구시. 청암재단 산하 장애인거주시설 내에서 사회복지사가 거주 장애인을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정해진 식사 시간보다 일찍 밥상을 폈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분노한 장애인·비장애인 활동가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폭행은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구조적인 폭력이며, 수십 년간 반복되었음에도 대구시는, 아니 대한민국 사회는 어떠한 책임도 지고 있지 않으며, 어떠한 변화도 만들지 않고 있다고.



▶ 청암재단 문제 해결 촉구 결의대회를 마친 탈시설장애인당 유세단 등이 행진하는 모습.


비극적 평화를 끝장내려는 균열. 그 중심엔 탈시설장애인당()이 있다.

20211, 탈시설장애인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짜·투쟁정당을 천명하며 등장했다. 중증장애인 11명이 직접 서울시장 후보자로 나섰다. 이들은 장애인 정책을 대중에게 알리고 진짜 서울시장 후보자와 만나 정책 협약을 제안했다.

우리가 가짜정당을 만든 이유는 창당선언문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비장애인들이 기약한 나중을 믿지 않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나중으로 저당잡는 그들의 핑계에 헛된 희망도,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정치에 있어 장애인은 늘 변방이었다. 우리에겐 힘겹고 격렬한 투쟁을 통해 장애인 정책을 공약화하고 이를 전선으로 삼아 싸워온 것이 사실상 유일한 정치 활동이었다. 그 지난한 과정에서 장애민중은 늘 나중에 하자라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기존 선거판에서 늘 이슈가 된 것은 장애 의제가 아니라 정치인들의 장애 비하 발언뿐이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탈시설장애인당()이라는 외피를 쓰고, 다시 거리에 나왔다. 시즌 2, 탈시설장애인당은 가짜 정당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치란 곧 목소리이며, 누군가의 목소리를 진짜와 가짜로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당법에 근거한 정당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비합법 투쟁 정당), 기성 정치가 외면해버린 직접 정치, 진짜 정치를 꿈꾼다.



▶ 탈시설장애인당 유세단이 경찰과 대치하는 모습. 


2022년은 대통령선거(39)와 지방선거(61)를 동시에 치르는 해다. 어떤 의제를 던지느냐에 따라 향후 5년간의 장애인 삶과 장애인운동의 방향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이토록 중요한 시기에 탈시설장애인당의 목소리가 빠질 수는 없다.

탈시설장애인당은 순항 중이다. 지난 913일 출범식 이후 103주간 정책요구안을 연속해서 발표했다. 11월 중순에는 9명의 탈시설장애인당 대선 후보를 공개하며 45일간 탈탈원정대(탈탈 털자! 비장애 중심 사회를!) 전국 유세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동 거리 1,300km, 소성리, 대구, 광주 등 9개 도시를 방문하며 장애인 먼저 투쟁과 진짜 정치가 뭔지를 보여주었다.

 

탈시설장애인당 활동은 앞으로 2달여밖에 남지 않았다. 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일 하루 전날인 214일 활동을 종료한다. 이 기간에 거리 선전전, 지역 유세·연대 활동, 정책 협약식 등 다양한 일정을 진행할 것이다.

늘 그렇듯 선거철이 다가오자 정책은 실종되고 허황된 말풍선만 떠돌고 있다. 장애인의 삶, 사회적 약자의 삶은 뒷전이고 부동산, 경제 개발의 붕 뜬 언어가 흐린 안개처럼 자리 잡고 있다. 그렇기에 탈시설장애인당은 돌아왔다. 비장애 중심 정치판에서 탈시설장애인당은 계속해서 제도권에 당혹감을 줄 것이다. 그 당혹감은 크고 작은 균열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나중이라는 말속에 내팽개쳐진 장애인의 권리를 우리 손으로 쟁취할 것이다. 이것이 탈시설장애인당이 보여주고 싶은 진짜 정치의 모습이다.


▶ 대구 동구청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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