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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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 기고] 한 걸음 더 가까이,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단식농성 투쟁기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1-12-28 조회수 :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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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더 가까이,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단식농성 투쟁기

 

조경미 활동가(전국장애인부모연대)


 


▶ 지난 11월 25일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게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출처 : 비마이너]


 

장애인권리쟁취를 위한 장애인권리보장법,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위해 이룸센터 앞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이제 곧 300일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도 월요일마다 농성장 사수를 담당하며, 지역에서 부모님들이 당번을 짜서 낮 사수와 야간사수를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농성장에서 지난 1125‘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그날부터 윤종술 회장, 탁미선 부회장, 조영실 인천지부장, 김유선 광주지부장님께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생존권 예산확보를 위한 단식농성에 돌입하다.

 

부모연대는 지난 201842발달장애 국가책임제 도입 촉구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면 자식을 양육하고 돌보는 것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책임으로 인식합니다. 그 자식에게 장애가 있어도 그에 따른 지원 등도 물론 다 부모의 책임이라고 여기는 사회에서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비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대게 영유아기에 해당하고, 학령기와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고, 결국 독립하게 됩니다. 자녀의 생애주기에 맞춰 부모의 역할도 전적인 돌봄에서 금전적 또는 정서적인 지원 등으로 변화합니다. 하지만 장애인 자녀에게는 평생에 걸쳐 돌봄과 지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나이가 들어도, 죽어서도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부모연대에는 올해 들어 장애인 당사자가 현재 시설 입소가 어려운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상담 전화가 부쩍 많아졌습니다. 부모는 나이 들고 자녀는 점점 성장하고, 에너지도 더 왕성해지는데요. 특히나 부모 사후에 이 당사자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요?

 

<사례>

나는 서울에서 따로 살고 있는 동생입니다.

지역에서 사는 어머니, 아버님이 모두 건강 이상으로 투병 생활 중이고 집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형이 함께 살고 있는데요. 이 형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은 시설 입소도 안된다고 하는데.... 나도 돌볼 수가 없습니다. 부모님이 당장 쓰러져도 119에 전화도 못 하는 형님인데.... 당장 우리 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모연대는 부모가 돌아가신 후에도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와 분리된 시설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20184월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209명의 부모들이 삭발, 삼보일배, 농성을 이어갔고, 그 결과 그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1차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복지부, 교육부, 노동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발달장애인의 생애주기에 따라 10대 과제 24개 세부과제를 발표했고, 문 대통령은 임기 내에 더 확대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당시 종합대책의 세부 내용 중 신규사업인 주간활동서비스는 22년까지 17천 명, 방과후 활동지원서비는 22년까지 22천 명 확대하는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국회에 제출된 22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주간활동서비스 1만 명, 방과후 활동지원서비스 1만 명으로 애초 계획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최초의 발달장애인을 위한 종합대책이라는 발표가 무색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2022년 국회 예산 통과를 앞두고 부모들이 단식에 돌입한 것입니다. 낮 활동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한 하루 최대 8시간 보장, 방과후 활동 4시간 보장은 2018년 국가책임제 투쟁 이후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단식농성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주간활동서비스 8시간 보장을 위한 국회 예산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내년 국회 예산 통과를 앞두고 부모연대가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 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주간활동서비스 일 최대 8시간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의 9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으로 2022년에 발달장애인들은 주간활동서비스 8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노동권 보장, 주거권 보장, 소득보장, 일상생활 지원 보장 등을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 발달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24시간 지역사회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서 이렇게 한 걸음씩 더 내디뎌 나가겠습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자식보다 하루만 더 살기를 바라던 부모가

이제는 부모가 죽은 후에도

내 자녀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부모님들께서 이제 더는 기다리지 않고, 목숨 걸고 투쟁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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