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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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호 - 편집인의 글] 공정과 상식, 그리고 국민통합
작성자 : 관리자(ilcenter50@hanmail.net) 작성일 : 2022-04-02 조회수 :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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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국민통합

 김종환(성북아리 편집장)


대선이 끝나고 윤석열 정권이 출범했다. 누구는 환호하고 누구는 눈물을 흘린다. 어떤 이들은 다시 머리띠를 묶는다.

지난 대선 때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공정’이다. 당선인 윤석열은 선거 기간 내내 ‘공정과 상식’을 외쳤다. 공정은 사전에 ‘공평하고 올바름’으로 나온다. 대선이 치열하게 엎치락뒤치락하다가 두 강자의 0.8%(약 25만표) 차이로 끝나자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국민통합’이다. 이명박 정권의 광우병 사태와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경험한 보수 정권이 ‘촛불’(민중)의 힘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의 처지에서 공정과 국민통합을 바라보자.

대부분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는 비장애인 평균보다 훨씬 뒤처져 있다.(장애인권리보장법) 아직도 3만여 명의 장애인이 수용시설에 갇혀 있고 막대한 예산을 그곳에 투여한다.(장애인탈시설지원법) 아직도 서울 저상버스조차 네 대에 한 대꼴로 다니고 장애인콜택시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저상 시외버스는 전국에 일곱 대밖에 없다. 아직도 스무개 이상의 지하철역에 승강기가 없으며 승강기가 설치되었다 해도 동선이 엉망이다.(장애인이동편의증진법) 중졸 이하 학력의 성인 장애인이 전체 장애인의 절반을 넘는다. 특수교육 대상자들의 부족한 지원체계도 여전하다.(장애인평생교육법/장애인등특수교육법) 경쟁과 효율만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노동에 편입하지 못하고 장애인 대다수가 실업자로 전락한 채 살아가고 있다.(장애인고용촉진및직업재활법)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공정하게 살기 위해 제·개정이 필요한 법들이다. 또한 열심히 투쟁해서 몇몇 법을 바꿔놔도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장애인 예산을 깎아버린다. 기획재정부는 이명박 정권 때 만들어진 뒤 모든 국가 예산을 쥐락펴락한다. 가히 기획재정부 국가다. 


자, 무엇이 공정인가? 진짜 공정하게 하려면 같은 출발선에서 같이 출발하고 달리는 조건도 같아야 한다. 장애인은 출발선도 아예 다르고 달리는 조건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장애인은 애초 ‘공평하고 올바르지’ 않은 세상에서 국민통합의 ‘국민’에 끼어보려고 애쓸 뿐이다. 장애인에게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세상이다.



▶ 출처 : jtbc 썰전 유튜브


최근 장애인운동 활동가들이 매일 아침 지하철 타기 투쟁을 벌였다. 그러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시민을 볼모로 한 데모를 그만두라고 협박에 나섰다. 20대 남자와 여자 갈라치기로 대선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그의 혐오 정치가 장판까지 옮겨왔다. 일단 관심 고맙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 등이 제도권 내의 관심사가 되었다. 이준석은 지하철 역사의 90% 이상 승강기가 설치되었으니 지하철을 막고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건 과도하단다. 장애인들의 주장이 이동권 외에 다른 요구조건을 자꾸 추가하니 불합리하단다. 장애인 지하철 투쟁이 비문명적이란다. 그의 저급한 장애인 권리 인식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혐오세력을 끌어모아 갈라치기해내는 정치를 즉각 그만두어야 한다. 공리주의에 기반한 이준석의 얄팍한 지식이나 논리보다 30여 년 역사의 장애인운동은 훨씬 처절하고 두텁다. 문명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모든 집회와 시위에는 불편이 따른다.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미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는 우리나라 기준에서 보면 폭동 수준이다. 돌멩이나 화염병이 날아들고 상점이 불탄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이를 감내하고 받아들인다. 단 한 사람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시위는 시위가 아니다. 공장을 멈추고 도로를 점거해서 자본의 흐름을 멈추게 하고 그들의 처지와 요구조건을 사회에 알려내는 것이 시위다. 인권의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


소설이나 영화 작품에서 쓰는 기법 중에 복선(伏線)이 있다. 일상적인 대화 중에 소방차나 응급차 사이렌이 배경음으로 깔리면 앞으로 불길한 일이 생길 것을 암시한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대통령 윤석열은 이미 대선 후보 시절 많은 복선을 깔아놨다. 여기에 최근 같은 당 대표가 복선도 아닌 노골적인 생트집 막말을 토해낸다.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새 정권의 앞날이 이미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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